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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11 개념에 대하여 (1)

개념에 대하여

논란이 되었고 지금도 논란이 되고있는 "노예 할아버지"를 찍은 김형민 PD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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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개념의 상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이들을 고발하고 싶어서 만든 프로그램이 또 하나의 인간에 대한 개념 미달과 무례함의 무대로 거듭나는 모습에 저는 공포를 넘어 환멸을 느꼈습니다.  대박을 칭찬하고 히트를 격려하는 메시지와 어깨 두들김이 정말로 싫었습니다.  구질구질해서 쓰레기나 파먹고 다니는 정신병자 늙은이에게 밥이나 재워 주고 옷이나 입혀 주고 잠자리나 재워 주면 땡이라는 사고방식과 "저놈들은 나쁜 놈들이니 우리의 분노는 정당하다"는 생각으로 필요 이상의 분노를 과시하는 행동 양태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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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초보적인 권리가 개인이나 다중이 스스로 세운 정당함의 방패와 의로운 분노라는 칼날 앞에 설 때, 그 정당함과 의분이 불가살의 괴물로 화하는 꼬락서니는 역사에서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역사까지 들먹일 것도 없이 오늘 제 손끝에서 편집되어 방송된 한 프로그램에서 나온 파장은 저 스스로를 전율케 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개념이 사라진 순간 남는 것은 머리 위에 끼얹어진 화로의 뜨거움만이, 그리고 희생양에게 휘두를 날 무딘 칼의 금속성 뿐일 겁니다.  또 그 뜨거움과 칼놀림은 결국은 난도질당하고 이리 저리 불에 지져진 시체 몇 구 밖에는 남길 것이 없을 테지요.  

제가 방송에 낸 사건의 가해자는 구속되었습니다.  이 역시 놀라운 일입니다.  폭행 등 중요 범죄에 대한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노인 학대의 방임 정도로 구속 영장이 떨어진 것은 유례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죄목이 무엇인지 모르나 이 역시 들끓는 여론이 법의 저울 위를 길길이 날뛴 탓이고 그 여론의 질타를 굳이 받아내고 싶지 않은 경찰과 검찰과 판사는 평소엔 생각해 보지 않았을 구속영장을 만들어 냈겠지요.  저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해자를 구속시킬만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음을 아쉬워했었습니다.  변호사나 전문가의 자문 결과가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지금 가해자가 구속된 것을 결코 통쾌히 여기지 못합니다. 차라리 그가 자유롭게 활개치고 다니는 상황에서 저런 사람이 자유로운 것이 어찌 정상인가를 외치고, 그 법의 미비함을 제기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사건이 선례가 될 수도 있겠고 최초의 판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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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PD의 글을 인터넷에서는 하종강의 노동과 꿈썸데이 서울에서 볼 수 있으며, 책으로는 마음이 배부른 식당, 썸데이 서울, 운동권 마누라 에서 볼 수 있다.

2006/05/11 18:52 2006/05/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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