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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9 영어와 지식의 공공성 (6)
  2. 2007/10/21 영어, 교육 그리고 필리핀의 정체성 (5)

영어와 지식의 공공성

"한국의 영어 교육은 되려 그 수단이 목적이 되는 비극적인 상황(박노자)"같은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많은 매체들을 통해 해서 굳이 내가 그것이 어쩌고 이야기를 하진 않아도 될것이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이런 종류의 문제가 있을때 공공 영역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보수-진보 할 것 없이 상당수의 접근 방식은 "영어 교육을 강화하여, 개개인의 영어 실력을 높이자"이다.

그런데 다시 물어보자면, 영어를 배운 한국사람들이 영어권에 나가서 높은 수준의 영어를 사용 할 일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동안 그럴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목 매다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일까. 그것은 한국안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지식을 재생산하는 과정 내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절대적이기 때문 아닌가. 습득하고, 습득해야하는 지식 그리고 만들어진,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식들이 "한국어"로 되어있는 것들은 거의 없고, 또한 한국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식과 정보들의 상당수도 "영어"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단히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영어로 된 최신의 소식들을 어떤 사람이 꾸준히 번역해서 제공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 것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삽질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오독으로 인한 재해석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크게 생각해보자면, 공공영역에서 새로운 소식/책들을 바로바로 번역하는 시스템을 갖춘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머리아파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가면서 영어로 된 문서를 읽거나, 자기돈을 영어학원에 쏟아부어가면서(사실 나도 뜨끔) 영어를 배울려고 하게 될까?

국가적으로 영어 사용 능력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딱. 근본적으로 한국어로 된 좋은 지식이 꾸준히 재생산 될 수 있게 하여 지식의 총량을 높여야 하는 것이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영어를 잘 사용하게 된다고 해서 딱히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진 않는다.

물론 공교육 체계에서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일찍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다)"이 중요하고, 또한 현재의 영어 교육 방식이 영어를 잘 하는 것과 그다지 상관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한국에서 한국어로 지식을 습득하고 재생산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좋은 지식을 얻는데 있어 외국어와 씨름해야할 이유가 없어지고, 지식을 재생산하는 구조에서 한국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면 많은 개개인들의 투입하게 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아마도 그만큼 더 재미나고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영역이 집중해서 해야하는 일은 딴게 아니다, 쓸데없이 애들 영어학원에 더 가게 하는 분위기를 부채질 하지 말고, 사회에 존재하는 개개인의 지식을 엮어서 지속적으로 재생산을 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것, 그것이 공공영역의 존재이유다.

PS. 한국의 미래를 진정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제발 이런것에 좀 신경 써주면 좋겠다. 그러면 내 한표를 던질 수 있으련만, 지금 대선 판에서 노니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이명박이 중증인데, 이명박이 꿈꾸는 교육을 한다면, 아래에 있는 필리핀의 사례처럼, 오히려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저하되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사실 정동영이나 문국현이 영어교육에 대해서 대놓고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서 그렇지, 이명박의 수준이랑 별 다를 바 없을 것 같고(초등학교에서  영어로 국사 수업을 하자는 이야길 하진 않겠지만), 이런 문제에 관해선 권영길에게도 희망이 없긴 마찬가지다. (민족주의자들 뭐하냐?)
2007/10/29 05:15 2007/10/29 05:15
2007/10/29 05:15Trackbacks 0Comments 6

영어, 교육 그리고 필리핀의 정체성

학부모들은 미국인들을 사모했으며, 자식들을 밝은 미래로 이어주는 도관(導管)이자 현대적으로 드넓은 번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로 여겼다. 특히, 우수 학생들은 펜시오나도스(pensionados), 즉 미국 대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교과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식 생활 방식이 우월하다는 것을 선전하는 효과를 지녔다. 가르침이 매개체인 영어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민주주의 전통을 이해시키고 또 필리핀 정신에 편입시키는 경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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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과학과 수학 개념을 이해하려는 아이는 먼저 낯선 언어와 씨름해야 했다. 때문에 학습이 두 배로 어려웠고, 결국은 기계적인 암기, 즉 주요 단어, 정의, 계산법을 단순 암기하는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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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까지도 책임있는 직위에 있는 많은 계몽된 필리픈 사람들, 구(舊) 활동가들과 좌파들, 민족주의자들 모두가 여전히 필리피노를 교육 매개체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는 이 현실은 너무나 비극적이다. 이들은 자기 나라의 언어적 생명줄, 더 중요하게는 경제적인 생명줄이 걸린 영어를 배제하기를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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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의 식민 교육으로 야기된 이 쟁점을 둘러싼 방향감각 상실과 혼란이 너무 크고 뿌리 깊은 나머지, 필리피노로 된 교재로 과학과 수학을 가르쳐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된 필리핀국립대학교 통합 단과대학의 실험이 있은 후에도, 교육 매개체로서 영어를 놓아버리기를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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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람들 대다수는 지도자들이 하는 말과 법조문을 반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듣기에는 좋지만, 그 의미는 종종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 의미를 아는 것, 다시 말해 공공선을 위해 국가적 쟁점을 이해하고 담론에 참여할 의무가 자기들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는 법을 사람들은 배웠다. 이들은 모든 것을 지도자들에게 맡기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지도자, 대기업, 엘리트 들에 대한 극도의 좌절과 혐오, 악화되어가는 경제 상황에 대한 절망의 표현인지, 무지하고 영어를 할 줄 모르며 자격이 없는 인기 배우들에게 표를 던졌다(아로요가 부정 선거로 상대 후보인 포를 이겼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 언어로 여겨졌던 영어가 이 나라에서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2007/10/21 22:29 2007/10/2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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